룸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17년산 양주 세트를 고르면 사장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길 것 같습니까?
어젯밤 11시 42분, 마포역 뒷골목의 한 어두컴컴한 룸 구석에서 빌지에 적힌 품목들을 보며 혼자 볼펜으로 원가 계산을 하다가 사장과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사장의 눈빛에는 '저 퇴물 또 시작이네' 하는 귀찮음이 역력히 묻어났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계산법을 검증해 나갔습니다. 술값으로 마포에 아파트 한 채 값은 족히 날려본 베테랑의 촉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니까요.
## 비싼 양주 뒤에 숨겨진 의외의 저마진
보통 사람들은 20만 원짜리 임페리얼이나 골든블루 세트가 마진의 꽃이라고 철석같이 믿습니다. 하지만 주류 도매상에서 떼어오는 17년산 위스키의 실제 출고가는 생각보다 높아서, 사장 입장에서는 테이블 회전율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순수 술 자체로 남는 마진이 40% 안팎에 불과합니다. 진짜 노다지는 엉뚱하게도 '저렴해 보이는' 서브 메뉴와 기본 세팅비에 숨어 있습니다.
내가 굳이 사장놈 눈치를 봐가면서까지 이 짓거리를 하는 이유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얄팍한 유흥 이용 가이드 몇 장 읽고 자기가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착각하는 꼴을 못 보기 때문입니다. 진짜 알짜 마진은 우리가 들이켜는 국산 맥주와 5만 원짜리 과일 안주에서 나옵니다. 도매가 몇백 원짜리 캔음료와 바나나 몇 조각이 테이블에 오르는 순간, 마진율은 800%를 가뿐히 넘어서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 진짜 호구는 '소맥 세트'를 시키는 사람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저가형 룸에 가서 "우린 양주 안 마시고 소맥으로 가성비 챙길 거야"라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제일 다루기 쉬운 먹잇감입니다.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의 원가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내는 룸비와 기본 세팅비가 얼마나 기형적으로 부풀려져 있는지 금방 계산이 나옵니다. 차라리 정찰제로 운영되는 깔끔한 곳을 찾는 게 내 지갑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그나마 내 단골집 중에서 양심적으로 마진 구조 투명하게 오픈하고 시스템 굴리는 곳을 찾다 보니, 지난번에 지인들에게 마포셔츠룸 추천을 해주게 되더군요. 적어도 거기는 눈탱이 밤탱이 맞을 확률이 적은 합리적인 룰이 있으니까요.
## 내 지갑을 지키는 룸 가격 검증법
그렇다면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기 직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실제 적용 조건은 무엇일까요? 우선 '테이블당 주류 소모량' 대비 '시간당 룸 차지'의 비율을 역순으로 계산해 봐야 합니다. 주류 가격이 유독 저렴하다면 십중팔구 시간당 룸 차지가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웨이터 팁이라는 명목의 변동 비용이 숨겨져 있을 확률이 99%입니다.
기억하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고 사장은 절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술값의 절대 액수에 현혹되지 말고, 기본 안주 구성과 시간당 발생하는 고정 비용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화려한 불빛 아래서 내 피 같은 돈을 지키는 유일한 열쇠입니다.